시리즈/원피스: 내가 빠순이인 건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선장님이 나빠!

[원피스/드림/트라팔가 로우] 덕계못 덕계못 누가 말했나

양철인간 2015. 1. 18. 23:35

*전력 드림 60분

*주제: 두근거림

*원피스 트라팔가 로우 드림

*캐붕 주의

*오리주(환생자) 설정 주의




덕계못 덕계못 누가 말했나




우리 캡틴은 잘생겼다. 겁나 잘생겼다. 어느 정도로 잘생겼냐 하면 눈밑의 시커먼 다크서클도 부숭부숭 턱에만 기른 수염도 전부 빛나 보일 만큼 잘생겼다. 왠지 중2병 냄새 나는 손가락 문신도 팔뚝 문신도 거지 같은 피어싱 두쌍도 빈말로도 패셔너블하다고 할 수 없는 후드와 점박이 바지도 전부 멋져 보일 만큼 잘생겼다.


그렇습니다. 저는 캡틴의 얼빠입니다. 하늘에 한 점 부끄러움도 없이 말할 수 있다. 나는 얼빠다!


"베포. 다음 섬은 언제쯤 도착하지?"


크, 우리 캡틴 잘생겼다! 우주 최고 미남!


"아이아이, 캡틴! 아마 다른 방해가 없는 한 60분 안에 도착할 거야. 여름섬 해역에 접어드니까 배는 좀 흔들릴 수 있어."

"알았다."


다리 긴 거 봐. 키가 너무 커서 얼굴을 보려면 고개를 한참 들어야 하는 것만 제외하면 다 좋다. 그리고 지금은 의자 위에 서서 보고 있으니까 캡틴이 키가 큰 것도 제외할 수 없이 좋다. 헤, 우리 캡틴 얼굴 최고. 마지로 최고. 최근 나온 현상수배서는 전부 빠짐 없이 모아 보고 있는데 정말 우리 캡틴이 제일 독보적으로 잘생겼다. 완전 씹덕씹덕하다.


"미샤. 의자에서 내려와."


히죽히죽 웃으면서 캡틴의 얼굴을 정면관찰하던 것도 잠시, 캡틴이 손을 뻗어 의자 등받이를 잡아당기면서 내 최고의 전망대를 침탈했다.


"에."

"얼른."

"넴."


물론 미샤는 착한 크루니까 캡틴의 말을 잘 들어요. 혼날까봐 무서워서 그런 거 아님.


"오늘 컨디션은?"

"좋아요."


얼마 전에 급체로 골골 앓고 나서 캡틴은 왠지 하루에 세 번씩은 건강에 대해 물어보게 되었다. 다른 크루들에게 물어보니 이 배에서 전투 부상도 아니고 배가 아파서 앓아누운 건 내가 처음이란다. 어쩐지 다들 예비병자 취급하더라. 쓸데없이 튼튼한 아저씨들 같으니라고.


"식사는 제대로 했고?"

"응."


아니 사람이 좀 체할 수도 있지 왜 미샤 위장 기를 죽이고 그래요!


"아프면 참지 말고 바로바로 말해."


캡틴이 신경 써준다는 느낌은 나쁘지 않지만.


아니, 나쁘지 않다고나 할까 상당히 설레지만!


"아, 맞아. 캡틴. 나 심장이 아파요."

"?! 심장에 이상이 느껴진다고? 정밀 검사를 하지 않으면."


크윽, 썸원콜더닥터!


"진지하게 말하는 캡틴이 씹덕터져서 막 심장이 두근거리고…이것이…사랑인가?! …그래, 이것은상사병이다!"


가슴을 짚은 채로 캡틴을 올려다보았다가,


"…미샤…."

"넴? 아! 아아아아아퍼!! 항복항복!!!"


다크서클을 더 짙게 만든 캡틴에게 한 손으로 머리를 압착 당했다. 나 완전 손오공된 줄. 캡틴이 삼장법사인 줄. 알고 보니 라프텔이 서역이었냐! 원피스가 불경이었냐고!


"으으…."


내 머리가 참깨였다면 분명히 참기름이 나왔을 거야. 캡틴 나쁘다. 나쁘지만 잘생겼다.


"오후 2시다. 빨리 잠 깨."


우씽. 진짜 심장이 아팠다니까 그러네.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입을 삐죽거리고 있으려니 캡틴은 푸,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왜죠? 아픈 건 나인데 왜 캡틴이 한숨을 쉬죠?


"다음 섬에 관해서 회의할 거니까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와."


캡틴은 그렇게 말하고서 내 어깨까지 오는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나야 뭐 내 키만한 키코쿠를 따라 쫄래쫄래 걷는 수밖에.


크, 우리 캡틴은 차갑기도 하지. 그런 점도 좋지만! 완전 씹덕터지지만!


"캡틴, 있잖아요! 캡틴한테 풀 묻었,"


거의 뛰다시피 해서 캡틴의 옆으로 다가가 말을 건네려던 찰나에, 배가 크게 흔들렸다.


"으합?!"


넘어진다!


낙법 같은 걸 끼얹나? 모르는데? 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눈 떠."


아주 가까운 곳에서 캡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눈을 뜨니까 눈앞에 하트 해적단 마크가.

호에에???


"하아. 도대체…강아지도 아니고 매일매일 조심성 없이…."


머리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조심조심 시선을 올리자 캡틴의 구릿빛 목덜미가 눈에 들어왔다.


현 상태를 파악했다고 생각한 순간, 대략 정신이 멍해졌다.


…지금 꿈꾸고 있나요?


"…."

"다친 데는?"

"어, 없는데…."


그제야 어깨에 느껴졌던 무게가 스르르 떨어져나갔다. 그제서야 심장이 쿵쿵 거려서, 귀 안에서 누군가 북을 울려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섬이 가까워지면 뛰지 말고 조심하라고 했지."

"…넴…."

"튼튼하지도 않은 녀석이 배 안에서 함부로 뛰지 마."

"…넴…."


와, 어떡하지. 오늘은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록해야 할 것 같은데.


덕계못 덕계못 누가 말했던가.

그거 다 구라인 거 아시죠 여러분?

자타공인 캡틴 빠순이인 제가 지금 계를 탔습니다! 캡틴한테 허그를 당했다고요! 긴급구조 같은 느낌이긴 했지만 아무튼!


"후히히히."


입이 찢어져라 웃는 나를 보고 캡틴이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있잖아요, 캡틴."

"왜."


캡틴.


"캡틴 어깨에 풀 묻었어요!"


나는 역시,


"풀?"

"뷰.티.풀!"


캡틴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아! 아아!! 항복!!!"


아니, 손으로 머리 압착하는 것만 빼고.


완전 아프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