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페/드림/미도스지 아키라] 미모의드림주썰
존나 초미인 드림주랑 미도스지랑 (겉으로 보기에) 친해서 사이클부 애들이 경악하는 게 보고 싶다. 미도스지가 협박한 거 아니야? 이러고. 근데 사실은 드림주가 나쁜년.
드림주네 엄마는 가수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었음. 엄청 예뻤고 노래도 잘했고..자칭 '데뷔했더라면 마츠다 세이코 나카모리 아키나와 삼파전을 벌였을 것'이라고 한다. 어디까지나 자칭인 것은 어머니는 결국 이런저런 문제로 제대로 데뷔하지 못했기 때문. 가장 큰 것은 아마 건강문제였을 것이다. 천식도 있고 기관지가 안 좋았음. 그래서 가수를 하기엔 좋지 않은 조건이었고 또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고 소속사도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서 가수의 꿈을 접고 병원장 아들과 결혼해 전업주부가 되었다. 다만 연예계에 품었던 꿈은 그대로 가지고 있는 채라서, 자신과 꼭 닮은 예쁜 얼굴로 태어난 딸을 보고 이 아이에게 자신의 꿈을 맡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하여 드림주는 아주 어릴 적부터 아기모델로 데뷔, 아동복 모델 및 아역 등 일을 하게 됨. 드림주는 어릴 때부터 무척 예쁜 아기였고 아역으로서 상당히 재능 있었고, 어머니가 가수 데뷔를 여러 해 준비하면서 알게 된 업계 사람들도 많았음. 그러니까 잘 나갔다는 뜨시야. 그것도 매우. 데뷔는 관서에서 했지만 아역 중에 제일 잘 팔려서 전국구로.
드림주는 어릴 때부터 연예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자랐고 그건 드림주의 성격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음. 그러니까 존나 영악한 애로 자랐다는 뜨시야. 비즈니스 관계로 묶인 어른들이 음흉하게 구는데 중간에서 어린애가 영향을 안 받았을 리가 없다. 아무튼 드림주는 어린 나이에 존나 처세에 능해졋다..연기도 잘 하니까 속마음은 숨기고 애교있게 살랑살랑 구는 거 매우 잘함. 그렇게 존나 속으로는 못돼처먹은 년이 되어갔다...엄마도 그걸 알았지만 연예계에서 살려면 그게 낫다고 생각해서 터치하지 않음.
그러나 사실 드림주는 재능이나 성격과는 별개로 연예계일에 큰 흥미는 없었음. 엄마가 시키니까 한다. 어른들이 칭찬해주니까 계속 했다. 이렇게 하면 엄마가 기뻐하니까. 이런 느낌. 일 하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일이 힘들다보니 지치기도 하고.
연예계에 신물이 난 가장 큰 원인은 학교였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의무교육은 받아야 하니까 평일에는 쭉 학교에 나갔고 방과후 시간은 온종일 일하는 데에 썼다.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 같은 건 없었다. 거기에 큰 유감은 없었지만 소학교 3학년이 된 해 생각이 바뀌었다. 여자아이들이 뭉쳐 자신을 따돌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별로 어울리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화장실 같은 데에서 괴롭히려고 드는 게 피곤했다.
해결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반 전체를 그때 공연하고 있던 어린이 연극에 초대했다. 연극에 함께 출연했던 '오빠' 역할을 맡은 사람은 당시 꽤 잘 나가던 아이돌이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친해지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반은 넘었다. 개중에 쉬는시간에 말을 걸어오거나 하는 아이들 몇 명을 골라 감독의 허락을 받고 촬영장에 초대하기도 했다. '너희는 내 친구들이니까!' 하고 순진한 척 기쁜 척 대해주면 그것만으로도 어린애들은 기뻐하며 더욱 더 친구가 되려고 들었다. 어린아이들의 환심을 사는 건 너무나 간단한 일이었다. 그렇게 해두니 아이들은 자신의 말이라면 사실 텔레비전 안에 움파룸파족이 살고 있다고 해도 믿어줄 것 같아졌다. 그 사실이 이상할만큼 피곤하고도 허무했다. 원래부터 친구에 대한 환상 같은 건 없었지만 더욱 더 깊은 인간관계에 흥미가 없어졌다. 그래도 겉으로는 웃는 얼굴을 하며 3학년을 보냈다.
그쯤해서 엄마는 자주 컨디션이 안 좋아졌다. 하루쯤 시간을 들여 검사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지만 어머니는 또 어디에선가 드라마 일을 따왔다. 인기 작가의 미니시리즈. 아역이지만 꽤 비중 있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촬영시간이 제법 길었다. 거기에 쫓아다녀야 했으므로 어머니는 적당히 약국에서 지어온 약으로 때우며 자신의 몸을 방치했다. 지극정성이랄지 분골쇄신이랄지. 아무튼 그런 도움이 컸는지 3학년 말에는 그 드라마로 아역상을 타게 되었다. 정작 상을 받은 본인은 별 생각 없었지만 함께 있던 어머니는 마치 자신이 상을 받은 것처럼 뛸 듯이 기뻐했다. 그날 받은 트로피는 거실 한 가운데의 장식장에 놓였다.
4학년이 되었다. 작년의 투자가 빛을 발했는지 아니면 큰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것이 힘이었는지 이번에는 어렵지 않게 아이들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 여전히 거슬려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놓고 나설 수 있을 정도로 용기 있는 안티는 없었다. 그래도 확실한 투자의 의미로 아이들을 이런저런 행사에 초대했다. 다들 들뜬 얼굴로 참석했지만 한 사람만은 한 번도 오지 않았다. 미도스지 아키라. 혹시나 싶어 확인했지만 교내에서도 교외에서도 존재감 없는 이름이었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아이들을 초대한 것은 주로 주말이었기 때문에 가지 않고 병원에 있는 어머니를 보러 갔던 것. 거기까지는 몰랐다. 그당시의 미도스지는 소심했기 때문에 내가 그런 곳에 가봤자..하는 마음도 있었다. 초대장을 받은 것 외에는 아무도 권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지 않았다. 무엇보다 엄마가 중요했던 마마보이라는 게 가장 컸지만.
아무튼 어린이 영화 주인공 후보 이야기도 나오고 순조로운 4학년 생활을 시작했을 때 쯤, 어머니가 쓰러졌다. 당분간 입원해야 한다고 했다. 엄마는 스트레스가 쌓인 것뿐이라며 좀 쉬면 나아질 거라고 했지만 그다지 믿지는 않았다. 좀 아픈 정도라면 엄마가 스케줄 일체를 매니저에게 맡긴 채 병원에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러나 어머니도 의사도 정확한 병명은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의혹만 쌓였다. 매니저가 어머니처럼 모든 것을 챙길 수 없는 것도 당연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쌓였다. 어머니가 나서서 이것저것 챙기지 않으니 일도 조금은 덜 바빠졌다. 신경 쓸 일이 많아서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전날엔 매니저의 관리 실수로 일정이 조금 꼬였다. 평소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와 씻고 자리에 누웠는데 조금 밖에 자지 못해 신경이 곤두섰다. 학교를 쉬고 싶었지만 그동안 촬영이다 뭐다 펑크낸 수업일수가 꽤 있었기 때문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서 등교했다. 스트레스와 수면부족으로 신경이 곤두서긴 했지만 티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한 녀석이 교실에서 공을 가지고 놀다가 책상에서 필통과 프린트들을 우수수 떨어트렸을 때도 겉으로는 짜증내지 않았다.
미술시간이 되었다. 오늘 그려볼 주제는 장래희망이라고 했다.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미래의 자신을 그려보는 것이었다.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연필을 들었지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뭘 그리면 좋을까. 어른이 된 자신은 어떤 사람일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걸 그때 알았다. 엄마를 따라 촬영장에 가고 연극을 하고 광고를 찍고. 그 외의 그 이상의 것에 대해서는 상상해본 적도 없다. 과연 10년 20년 후의 자신도 이 일을 계속 하고 있을까? 어머니가 없더라도? 맹렬하게 속이 안 좋아졌던 것이 얼굴에 보였는지, 교실 안의 톱스타를 눈여겨보고 있던 담임은 그녀를 재빨리 보건실로 보냈다. 멍하니 침대에 누워서 10년 후의 자신을 떠올리려 해봤지만 도저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애초에 난 뭘 하고 싶은 걸까. 심란한 기분으로 교실에 돌아온 것은 쉬는시간. 아이들이 와글와글 떠들고 있었다. 교실 뒷면에 붙어있는 아이들의 장래희망 그림을 눈으로 훑으며 안으로 들어섰을 때는 남자아이 몇 명인가가 누군가를 괴롭히고 있었다. 미도스지 네 장래의 꿈 그린 거 개그냐? 무리잖아 무리야 무리! 유난히 가느다란 팔다리를 하고 있는 창백한 남자아이는 놀려대는 아이들 사이에서 할 말이 있는 듯한 얼굴로 가방끈을 꽉 쥐고 있었다. 그녀는 그 아이의 이름을 알았다. 미도스지 아키라. 초대에 한 번도 응한 적 없는 음침하고 조용한 아이. 친해져도 의미가 없는 타입이었으니까, 얼굴과 이름만 알았다.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괴롭힘 당하는 것따위를 도와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내가 다시 그려주지!"
매직을 꺼내든 녀석은 아까부터 교실에서 공을 차거나 하며 시끄럽게 굴었던 그 녀석이었다. 하루라도 조용히 있거나 누구를 괴롭히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타입인 걸까. 어쨌거나 날뛰게 놔두기에도 기분 나빴다.
"그만 두지 그래?"
매직의 뒷꽁무니를 잡아 빼앗으며 말하자 요란스럽던 악동들이 조용해졌다. 내친 김에 뚜껑도 빼앗아서 닫아버린 후에 멍청하고 시끄러운 악동들을 돌아보았다.
"너희들, 남의 꿈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거 아니야."
짐짓 화난 듯한 얼굴을 하고 훈계하자 이제껏 미도스지를 비웃던 아이들이 거들어 한마디씩 보탰다
"너희에게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미도스지 군에게 있어서는 소중한 꿈이라구. 남의 꿈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면 안 되지."
예전에 찍었던 드라마 스페셜에서 비슷한 대사를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말은 술술 잘 나왔고, 화난 척 하는 것은 쉬웠다. 비웃으며 지나가던 아이들도 합세해 비난을 퍼부어대니 이제까지 기세 좋게 한 사람을 괴롭히던 세 사람은 주춤주춤 물러나 도망가버리고 말았다. 싸늘한 눈으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그녀는 금세 표정을 가다듬고, 상냥한 얼굴로 창백한 미도스지를 돌아보았다.
"괜찮니?"
멍하고 퀭한 얼굴로 눈만 깜빡이던 미도스지의 대답을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던 소년은 한참만에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전거 선수, 꼭 되면 좋겠다. 응, 아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가벼운 인사치레에 가까운 한마디를 던졌을 뿐인데, 미도스지는 그 말에 핏기 없던 얼굴에 홍조를 띠었다.
"로, 로, 로드."
"응?"
"로드...레이서..야. 자전거.."
"아. 로드 레이서라고 부르는구나?"
누군가의 영양가 없는 말에 맞장구 쳐주는 것은 특기 중의 특기였다. 적당히 말을 받아주자 소년은 한층 더 빨개진 얼굴을 했다.
"으. 응..."
"그래. 로드 레이서 힘내, 미도스지 군. 응원할게."
웃는 얼굴로 말하자 고개를 열심히도 끄덕인다.
"고 고마워."
인사 한 마디 하는데 오래도 걸린다. 속으로 약간 짜증을 내면서도 평소처럼 상냥하게 웃는 얼굴로 천만에, 하고 대꾸해두었다. 그대로 돌아서서 가방을 가지러 교실로 향하는 그녀에게 여자아이들이 달라붙었다.
"정말, ㅇㅇ쨩도 너무 착하다니까~"
"엣. 별로 그렇지 않아."
"그치만 다메스지한테 그렇게 친절할 필요 없는걸."
"다메스지?"
"미도스지 말이야. 쟤 뜀틀 4단도 못 넘는다구."
"헤에."
뒤를 돌아보았다. 가방끈을 꼭 움켜쥔 채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마른 남자아이의 뒷모습이 멀리 보였다.
엄청 운동치인가보네. 그렇게까지 운동치인데 자전거 타는 선수가 되겠다는 것도 나름대로 대단하다. 아니, 뜀틀하고 자전거는 별로 상관 없나. 자전거만은 잘 탈지도 모를 일이고.
사실 어느쪽이건 자신과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내 미도스지에 대한 것은 잊어버렸다.
간략 다이제스트: 성격 겁나게 삐뚤어진 드림주가 괴롭힘 당하는 페도스지를 구해주었다! 빠밤!!
그녀와 미도스지는 같은 반이기는 했지만, 그 외의 접점은 없다고 해도 좋았다. 늘 급우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유명 아역배우와 여전히 뜀틀 4단도 넘지 못하는 말수 적은 외톨이 소년 사이에 있는 간극은 지나치게 거대했다. 소녀는 오며가며 소년이 눈에 띌 때마다 인사를 건네기는 했지만 그뿐이었고, 그날 이후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게 된 일은 없었다. 단지 그녀가 한 번 도와준 것만으로도 눈에 띄는 장소에서 괴롭힘 당하지 않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단지 그런 사이로 오며가며 인사만 하게 될 줄 알았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병원에서였다. 두 사람 모두 어머니의 병실을 방문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