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기/신드바드 드림 썰
주인공은 환생자임. 교수의 괴롭힘에 찌든 대학원생. 졸업논문 거의 마무리 단계에 기뻐하며 집으로 가던 중에 약속된 환생트럭에 치여서 사망함. 그리고 마기 월드에 환생함.
다시 태어난 집안은 꽤 유서 깇은 학자 집안이었음. 할아버지는 저명한 수학자고 아버지는 수학자 겸 철학자 겸 사상가. 어머니는 과학자 겸 마도사. 전통적으로 두뇌가 빵빵한 집안이 태어난 관계로 주인공도 머리가 좋음. 그리고 전생에도 꽤 고학력자였으니 두뇌 스펙은 더할 나위 없음.
집안에서는 애가 말을 배우고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하게 되면 소크라테스 스타일의 산파문답법으로 자식교육을 시작하는데 주인공이 전생의 기억도 확고하고 그렇다보니 대답을 졸라 잘하는 거임. 주인공은 나름대로 어린애처럼 말을 할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자아가 확고하다보니 그게 어려웠음. 그래서 나이 티나는 대답하고 그러는 게 어른들 눈에는 졸라 신동이었던 거ㅇㅇ 집안은 축제 분위기였음. 이 아이가 자라면 우리 가문의 시조님만큼 굉장한 학자가 될 것이다! 가문의 이름도 드높아질 것이다!! 해서 주인공은 할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졸라 하드한 교육을 받게 됨.
집안 어른들(다들 학계에서는 이름 높은 학자들)을 선생으로 모시고 학문 전반을 섭렵해 나가게 됨. 아마 학문간 구별이 뚜렷한 시대배경이 아닐 듯하니 졸라 잡식을 하게 되는 거임. 역사 문학 철학 수학 천문학 물리학 정치학 경제학 기타 등등. 전분야를 망라하는 지식을 머리에 쑤셔넣고 때려넣고 하다보니 어느 새 6살이 되었음.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한테 친구가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됨. 집안 사람들은 대부분 주인공보다 나이가 많은데 그나마 나이가 가까운 친척 애들도 쟤가 신동이래ㅇㅇ머리 짱 좋대ㅇㅇ이러고 주인공한테 다가오질 않는 거임. 물론 정신연령이 있다보니 다가왔어도 같이 못 놀았겠지만.
암튼 그걸 깨닫고 아니 이놈의 집구석은 아동교육 전문가는한 사람도 없단 말인가!! 어린애 인성을 파탄으로 만들 셈인가!! 하고 자체휴강을 선언하고 교실을 뛰쳐나왔음. 어른들도 그래 우리가 심했다 하루쯤은 쉬게 해주마 하고 놀게 놔뒀음. 근데 휴강을 한다 해도 친구도 없고 뭐 할 일이 없는 거임. 낙담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했는데 도시에 굉장한 손님이 와있다는 소문을 들음. 역사에 남을 사람이래. 누군데? 하고 물었더니 제1 던전 공략자 신드바드가 도시에 방문했다는 얘기였음.
방문한 이유는 던전에 대해 세계 제일의 학자들..그러니까 주인공네 집안 사람들의 지혜를 빌려 해석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던전이 뭔지 들어보니 짱 재밌어 보임. 심지어 상대는 열네 살이래. 주인공은 이거다!!! 하고 집으로 돌아갔음. 그리고 좀 기다리면서 정원을 내다보고 있다보니 잘생긴 소년이 집으로 들어오는 걸발견했음. 저게 그 공략자구나.
그리고 신드바드를 맞이한 어른들이랑 나누는 얘기를 슬쩍 엿들으려고 했는데 잘 안 들려서 FAIL.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창문 쪽으로 건너가서 이것저것 쌓아올린 다음에 창문을 살짝 밀고 슬쩍 안을 들여다봤는데 신드바드랑 눈이 마주쳤음. 그 바람에 주인공은 깜짝 놀라서 떨어질 뻔하고 덕분에 쌓아놨던 물건이 요란하게 무너졌음. 다행히 창틀에 매달려서 다치지는 않았지만 대신 어른들한테 들켜서 엄청 혼났음.
혼나면서 삐쭉거리고 있으니까 신드바드가 xx의 소문 자자한 천재 아가씨, 생각보다 말괄량이구나 하고 말 걸었음. 주인공은 누구 때문에 들킨건데 이놈이!! 하고 분노의 손가락 욕을 시도하고 어른들한테 들켜서 또 혼나고. 아무튼 초장부터 신의 이미지는 최악이었던 것이다..주인공 자업자득이지만 아무튼 나빴던 것이다.
암튼 그렇게 신의 첫인상이 최악이 되었고...따로 불려가서 한참 혼나고 나서 저녁식사 자리에 갔더니 신이 앉아있었음. 저 자식은 왜 안 가고 남의 집에 있는 거야? 하고 표정으로 졸라 불만을 드러내니까 할아버지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줌. 그러니까 신이 가져온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내릴 때까지 며칠 이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는 얘기였음. 그게 뭐야?!?!?! 하고 주인공이 졸라 패닉에 빠져있으니까 신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잘부탁한다고 인사했음. 그냥 인사인데 왠지약올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역시 첫인상이 나빠서였다..
소화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밥을 철근처럼 씹어먹는데 작은 할아버지가 말을 걸었음. 원래 이 집에서는 저녁 식사 시간에 대화를 많이 나누는데 주로 어르신들이 주인공한테 말을 거는 거임. 보통 그 날 공부한 내용을 이야기하거나 집안 특유의 그 가정교육용 산파 대화법에 따라서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이 날은 교육 없이 쉬는 날이었기 때문에 후자였음.
주인공은 이미 이런 일반적으로 소화가 안 될 것 같은 학구적인 식사 풍토에 훌륭하게 적응을 했으므로 신이 쫌 꺼림칙한 건 빼고 그냥저냥 괜찮은 식사시간이라고 생각하면서 적당히 적당히 대답을 해줬음. 물론 어르신들은 그 대답에 하나하나 감동하고(역시 신동이야!!) 날카롭게 지적하고(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니?) 다음 이야기를 끌어내고 그럼.
신은 그 분위기에 적응이 안 되니까 되게 신기하게 주인공을 쳐다봤음. 자기 키 반도 안 오는 여섯 살 짜리 꼬마가 꽤 대단해 보였던 거임. 열 네살인 자기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꼬마가 말을 이렇게 잘 한다니. 확실히 천재는 천재구나 하고 좀 감탄해서 주인공을 신기하게 쳐다봤음. 주인공은 신이 밥 먹다 말고 자기 쳐다보니까 뭘 보냐? 밥이나 먹어ㅡㅡ하고 졸라 싸가지 없게 말해줬음. 근데 여섯살짜리인데다 원래 졸라 기엽게 생긴 애라서 그렇게 퉁명퉁명 싸가지 없게 굴어도 그냥 기여워 보임. 그래서 신도 그냥저냥 기분도 별로 안 나빴던 거 같음. 오히려 아까 놀라서 토끼눈하고 창문에 매달렸던 게 생각나서 웃음이 나왔음. 천재라도 애는 애구나 싶어서. 근데 주인공은 또 신이 갑자기 자기 보다가 웃으니까 또 기분이 나쁜 거임. 이놈시키 내가 우습냐? 내가 여섯살이라고 존나 무시하냐? 하고 신에 대한 인상이 더욱 악화된 것이다..뭐 자꾸 나빠지냐.
암튼 그렇게 저녁 식사가 끝나고. 주인공은 방으로 올라가서 책을 폈음. 딱히 뭘 보려고 한 건 아니고 그냥 책 펴고 있으면 어른들이 잔소리를 안 하니까 딴 생각할 때 책을 펴놓고 함. 조금은 읽기도 함. 어른들은 주인공이 밥 먹고 꼭 책 읽는 시간을 가진다고 알고 있음.
암튼 펴놓고 앉아서 옛날 생각도 하고 신 생각이 나서 인상을 구겼다가 하고 있었는데 누가 방문을 두드렸음. 뭐지? 하고 가서 열어보니까 신이 웃으면서 서있었음. 놀라서 문을 다시 닫으려고 했는데 당연히 신이 더 빨라서 문을 붙잡고 안으로 들어옴. 안녕, 천재 아가씨.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뭐 이런 식으로 말했는데 뭐 이미 들어와놓고 할 수 있을까?여 이 놈은. 주인공이 인상을 뽝 구기니까 신이 뺨을 긁적긁적하고 뒤에 숨겨온 과자를 보여줬음. 어린애는 먹을 걸로 회유하는 전략!!! ...은 어른 정신연령인 주인공한테도 먹힌 것이었다... 왜냐면 주인공은 옛날부터 빵순이 과자순이였는데 여기 환생하고부터는 단 음식을 거의 못 먹었음. 왠지는 모르겠는데 이 동네에는 단 음식이 두뇌에 좋지 않다는 속설이 널리 퍼져있어서 학자 집안에서는 단 음식을 금기시했던 거임.
신이 그걸 알아서 가져온 건 아니고 그냥 짐 속에 있었는데 어린애가 좋아할 거 같아서 갖고 온 거.주인공이 과자 발견하고 표정이 확 폈는데 뒤늦게 표정관리를 하려고 해봤자 신은 이미 봤음ㅋ 들어와도 돼하고 새침하게 말하는데 여기서 자기가 웃으면 주인공이 삐질 거 같으니까 참으면서 실례하겠습니다 하고 들어갔음.
그리고 과자를 우걱우걱 씹으면서 별로대단치 않은 이야기를 이것저것 했는데 아무래도 주인공은 여기서 태어난 이후 얘기밖에 할 수 없고 그나마도 여섯살 될 때까지 해온 게 방에서 공부하는 것뿐이라서 그 얘기밖에 할 게 없었음. 매일매일 공부한다는 얘길 하니까 신 표정이 오묘해졌음. 너 치큼나 통졍해?! 가 아니라 아무튼 뭐 배곯을 걱정이 없고 난 머리가 좋으니까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쿨하게 말했는데 아무래도 신은 딴생각을 하는 것 같았음.
분위기가 불편했기 때문에 이번엔 화제를 180도 전환해서 신한테서 던전 탐험을 한 얘기를 들었음. 신이 은근히 얘기를 잘했던 거 같음. 흥미진진하고 멋진 얘기라서 다 듣고 나니까 신에 대한 인상이 아주 조금 호감으로 돌아선 듯.
아무튼 이야기가 끝나고 나니까 시간이 꽤 늦어서 신이 이제 자라고 하고 바이바이 하고 나갔음. 잘 자라면서 머리 쓰담쓰담 해주고 갔는데 그게매우 기분이 오묘했다...왜냐면 다시 태어나고 누가 딱히 머리를 쓰다듬어준 적이 없어서. 이 집안도 화목하고 좋은 가정이지만 서로 스킨십 같은 건 거의 안 하는 편이라서 칭찬도 말로만 하고 쓰다듬어준다거나 그런 건 없었으니까. 전생에서부터 따져도 되게오랜만이라서 암튼 기분이 요상했던 것임..왠지 자기도 모르게 신이 쓰다듬어준 머리를 한 번 만지고 자리에 누웠음.잘 잔 거 같음. 꿈에는 신이 말해줬던 던전 탐험기에 나오는 괴물이 등장하긴 했는데 나름 숙면이었음.
그리고 이 뒤로는 매우 약속된 전개. 마법 이론을 공부할 시간인데 집안 어른들이 다들 신이 가져온 얘기에 몰두하고 있어서 이 날은 자습을 하기로 했음. 자습이라고 해도 뭐 그냥 있는 책을 뒤져보고 딴 생각을 하는 시간임. 책 뒤적거리면서 따분하게 하품을 하고 있었는데 창문에서 소리가 나는 거임. 뭐지? 하고 봤더니 신이 창밖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음. 여기 2층인데?! 입을 딱 벌렸는데 신이 창문 열어달라고 손짓해서 일단 정신을 차리고 열어줌. 신이 창틀에 걸터앉아서 놀러나가자고 주인공을 꼬셨음.
그러니까 신은 주인공이 좀 딱했던 거임. 여섯살짜리 꼬마가 친구도 없이 한참 나이 먹은 어른들하고 어려운 얘기만 하고 책만 보고 심지어 어제 들은 얘기로는 휴식도 거의 없이 공부만 한다고 하니까. 오지랖임. 주인공도 그걸 눈치는 챘는데 놀러나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못 이기는 척하고 신의 오지랖에 합류했음.
그리고 이제 마기판 로마의 휴일 나오나요. 자기가 사는 도시인데도 처음 보는 곳을 여기저기 다니고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고 이것저것 구경하고 그랬음. 재밌었던 거 같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주인공은 솔직하게 오늘 재밌었다 데리고 나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했음. 그 말투가 이상하게 어른스러워서 신은 좀 놀랐음.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는 멋대로 말도 없이 밖에 나갔다고 사이 좋게 혼났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도 며칠 신이랑 투닥투닥 싸우거나(신이 일방적으로 당해줌) 신이 사다준 과자를 먹으면서 얘기를 하거나 공부하다가 신의 방해를 받거나 하고 잘 지내다가 드디어 문제가 해결되어 신이 떠나는 것으로 유년 시절의 짧은 만남은 끝났다.
그럼 이제 주인공의 가벼운 성장기를 다룰 차례인 듯. 신이 길을 떠나고 나서 주인공은 왠지 좀 인생에 여유가 생긴 기분이었음. 사실 생각해보면 자기가 그렇게 여유없이 몇 년 살았던 게 자기 인생에 별로 도움이 안 될 거 같은 거임. 효율도 안 좋고. 자랑이지만 머리가 워낙 좋아서 남들 반만 공부해도 두 배로 빨리 익히고 그럼. 그리고 사실 빡쎄게 굴리면 농땡이 피우는 시간이 더 길었음. 청개구리임. 그래서 공부는 시간을 정해서 하는 시간에만 하고 그 다음에는 다른 쪽으로 자기계발을 하고 여유를 가지고 인성을 가다듬는(?) 데에 투자를 하기로 했음.
그러니까 다시 말해 공부하는 독서가 아니라 취미 독서도 하게 됐다는 얘기. 결국 결론은 독서...근데 뭐 친구도 없고 갑자기 밖에 나가서 놀겠다 하면 집안 어른들 다 뒤집어질 게 눈에 보이니까 적당히 그걸로 하기로 한 거임. 책 읽는 걸 싫어하지도 않고. 숨겨두었던 기름칠한 혀로 어른들을 구슬려서 일단 볼만한 책은 전부 구해서 읽기로 했음. 건강관리 겸해서 운동도 하기로 하고. 아무튼 알차게 살기로 했음.
그리고 나름대로 건실하게 몇 년 살다보니 시중에 신드바드 모험기라는 게 풀리기 시작함. 왠지 익숙한 이름이다 싶어서 구해다 읽었는데 1권이 전에 신이 얘기해준 적 있는 제1던전 모험 얘기였음. 몇 년 전이라 어렴풋이 기억나는 정도지만 그 내용인 거 같음. 추억도 생각나고 해서 되게 즐겁게 읽고나서 후기를 읽는데 모험기를 작성하게 된 계기가 쓰여있었음. 뭐 이런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다 하고 이런저런 얘기가 있고 마지막 부분에 몇 년 전 내 이야기에 눈을 빛내며 재미있는 반응을 보여주었던 XX(주인공네 집이 있는 도시 이름)의 여섯 살 꼬마 아가씨에게 이 글을 바친다.라고 쓰여있었음. 졸라 손발이 오그라들 거 같았는데 뭔가 되게 기뻤다. 그래서 신드바드의 모험서 1권을 소장용 감상용 전시용 자랑용으로 네 개 사서 잘 모셔놨음.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서. 신드리아가 언제 건국이 된 건지 이런 정보가 하나도 없으니 대충 상상으로 때워야지. 암튼 몇 년 뒤에 신드바드가 신드리아를 건국하고 좀 있으니 칠해연합이 어쩌고 하면서 큰 세력으로 자라났음. 임금님이 됐구나...하고 생각하고 되게 먼 일로만 느꼈는데.
어느 날은 갑자기 신드바드가 이 나라에 찾아온다는 거임. 아마 나라에서 신드리아와 국교를 맺는다는 거 같았음. 집안에서도 어른들이 이번 수교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맨날 토론을 해제끼고 하니까 모를 수가 없는 빅뉴스였음. 와중에 정치와 외교학자인 작은 아버지는 이 역사적인 수교의 현장에 있어야겠다면서 수도로 떠날 준비를 했음. 주인공은 잠깐 따라갈까 생각했는데 어차피 새우젓 돼서 신드바드 얼굴도 제대로 못 볼 게 뻔해서 그냥 집에 있기로 했음.
작은 아버지가 길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신드바드가 국가간 회담을 위해서 수도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렸음. 주인공이 사는 도시는 수도에서 별로 멀지 않은 큰 도시라서 소식이 빠른 편임. 작은 아버지는 전에 왕궁에서 서기관으로 일했던 인맥을 내세워서 신드바드를 먼발치에서나마 보는 데에 성공했다는 편지를 보냈음. 많이 컸다고 함. 그리고 그 뒤로 길게 수교에 대한 자기 생각을 써서 보냈음. 어른들은 그걸로 또 토론을 시작했음. 주인공은 그런갑다 하고 듣다 말다 하고 자기 하던 일이나 계속 하고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음.
그런데 왕자가 왠지는 모르겠는데 신한테 좀 모욕적인 언사를 행했다가 부하한테 발릴 뻔했다는 얘기가 들림(출처: 작은 아버지의 지인). 이 일로 국교 무효화 되는 건 아닌가 했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는 말도 적혀 있었음. 왕이 왜 그랬을까 좀 궁금하긴 했는데 어차피 아는 사람도 없을 것 같고 국가 내에서는 쉬쉬해야 할 얘기라서 더 이상 정보도 없을 거 같음. 신경을 껐음. 국교는 정상적으로 수립이 되었다니 해피엔딩 아닌가 싶었음. 남쪽에는 맛있는 과일이 있다던데그게 수입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나 하고 뒹굴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작은 아버지한테 또 편지가 왔음. 늘 1m 짜리 권자를 꽉 채워서 보냈는데 이번에는 딱 두 줄만 있었음. 지금 신드바드랑 만났고 같이 집에 간다고. 이게 뭔 소리요? 하고 놀랐음. 어른들도 다들 놀라서 손님 맞을 준비를 바쁘게 했음. 여유가 하루 정도 밖에 없어서 겁나 벼락치기였음. 덩달아 주인공도 바빴음. 하인들 일손도 부족해서 이것저것 도왔는데 사실 책보다 무거운 걸 들어본 적이 없는 애라서 별로 도움은 안 됐음..
아무튼 바쁘게 준비를 하고 나니까 작은 아버지랑 신드바드네가 도착했음. 키가 엄청 자란 신이 뒤에 큰 빨간 머리 남자랑 두건남자를 데리고 있었음. 그리고 주위를 둘러봤는데 그 외에 다른 일행은 없는 것 같았음. 생각보다 인원이 너무 적어서 놀랐음. 신 생각에는 민가니까 다른 사람들을 다 데리고 올 순 없어서 다른 사절단은 미리 항구로 보내놓고 잠깐 들른 거였음. 옛날 생각이 났던 것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보다 중요한 다른 이야기도 할 게 있어서. 아무튼 오래 머무를 생각이 아니었음.
암튼 주인공도 이제 나이가 찼으니까 집안 일원으로서 손님 맞이하러 나갔는데 신이 발견하고 오! 많이 컸네! 하고 말을 걸었음. 그랬더니 쟈파르가 이젠 이런 어린애한테까지 작업을 거냐고 타박을 줌. 주인공이 쎄한 눈으로 쳐다보니까 신이오해하지 말라고 말은 하는데 쟈파르의 눈초리가 보통이 아니었음. 혼잣말이 "일곱 바다의 바람둥이.." 이거였음. 다 들었다 요놈아!! 주인공이 매우 썩은 얼굴로 신을 쳐다보니까 신이 너는 내 수비범위가 아니라고 졸라 진지하게 말했음. 개색기다...주인공이 빡쳐서 아저씨도 내 수비범위 아니거든요? 하고 쏴줬음.
그리고 이때 신 호칭이 아저씨로 정칙된 듯. 여덟살 차이니까 머 쪼금 무리하면 아저씨뻘...아닌가 아님 말구!!어른들이 임금님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신이 그냥 웃어넘겼음. 아직 젊어서 아저씨란 말에 별로 타격이 없었던 듯.
암튼 이제 집 안으로 이동하는데 주인공이 자기 방에 가려고 하니까 신이 할 얘기 있다고 붙잡았음. 그래서 응접실로 감. 있는 거 대접하고 적당히 사교적인 이야기로 시작. 주인공이 졸려서 눈을 비비고 있을 때쯤에 신이 본론을 꺼냄.
본론은 즉 신드리아에서 우수한 학자들을 초빙하려고 한다. 연구자 겸 선생으로서 와주면 좋겠다는 것이었음. 굳이 망명 형식을 취하는 건 아니고몇 년이라도 와서 학문적 기틀을 쌓는 데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그리고 주인공을 보면서 신드리아에 오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음. 천재를 초대하려면 그 정도는 당연히 하는 거라고. 주인공은 그거 페이 있나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른들은 꽤 심각하게 생각했던 것 같음.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고 말을 흐리고 주인공은 옆에서 하품이나 하고 있었음...그리고 신네는 하루 묵고 가는 걸로 결론. 대답은 내일 하기로 함.
준비된 손님방으로 신네를 안내해주고 주인공은 또 방에 틀어박혔음. 그리고 생각한 게 신드리아에 한 번 가보고는 싶다는 거였음. 근데 과연 조건이 어떻게 될까하는 문제가 있어서 좀 더 고민하기로 함.
방에 쌓아놓은 지리서랑 여행기록이랑 신드바드 모험기를 뒤적거리면서 신드리아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기로 했음. 주인공이 신드바드 모험기랑 지리서랑 여행책을 한꺼번에 펴놓고 뒤적뒤적거리고 있었는데 누가 방문을 두드렸음. 가서 열어봤더니 신이었음. 이번에도 과자 첨부. 옛날 생각이 나서 좀 웃겼음.
들어오라고 하고 나서 깨달았는데 신드바드의 모험서 펴놓은 채임. 잠깐!!! 하고 제지했는데 이미 늦었지롱. 신이 자기 책 발견하고 되게 함박웃음을 지었음. 이거 읽냐고 기쁘다고. 재미있냐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물어봤는데 왠지 심술기가 올라왔음. 그래서 턱을 쳐들고 겁나 조목조목 문제점을 짚어줬음. 문장 문체 캐릭터 설득력 전개방식 ...소설을 평가하는 요소에 대해선 다 말한 거 같음. 심술이었는데 신은 졸라 진지한 얼굴로 다 듣고 알겠다고 기억해두겠다고 했음. 허무해졌음...무슨 얘기 하러 왔냐고 물어보니까 신이 진지하게 얘기를 꺼냈음. 신드리아로 오라고. 존나 지원 빵빵하게 해주고 겁나 잘해준다고 장담함.
그리고 지리서 같은 걸 보고 조금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눈치 챘는지 신드리아 자랑을 늘어놓는데 이게 또 이상했음. 순 노는 데랑 먹는 거 얘기 밖에 없는 거야...왕 주제에 일을 안 하나봄. 신하들이 불쌍해졌음. 그래서 아저씨 일 안 하는구나? 신하들이 유능해? 하고 물어보니까 그렇대. 그러고 쟈파르 자랑을 했음. 똑똑하고 충실하고..잔소리가 심한 게 흠이라는 둥잔소리가 심하다는 얘기 하면서 정말 사서 고생하는 타입이다 걱정이 너무 많다 할아버지 수준이다 라고 얘기했는데 마침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음.
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군요, 신?
쟈파르입니다. 문을 안 닫아서 지나가다 다 들었습니다.
문을 안 닫은 이유는 그래도 주인공 이제 나름 여자애티가 나는데 둘이 있으면서 방문을 닫으면 오해를 살 거 같아서임. 신도 나름 세심한 남자입니다.
암튼 이마에 핏대 세운 쟈파르가 말하고 신이 당황해서 뒤를 돌아보고 마스루르가 명복을 빌었음. 쟈파르가 또 한바탕 잔소리를 폭격으로 퍼붓고 주인공이 그걸 지켜보고..몇 분 지나니까 쟈파르도 진정했음. 그리고 주인공이 자기를 되게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는 걸 눈치채고 움찔했음. 그리고 신은 이때다 싶어서 쟈파르를 주인공한테 소개해줌. 또 잔소리 들을까봐. 빠르게. 마스루르도 소개해줬음. 꾸벅꾸벅 인사하고 나니까 쟈파르가 이런 데서 뭐 하고 있었냐고 물어봄. 매우 찐한 의심의 눈초리였음. 어린애는 취향 아니라고 해놓고 결국 여기 와있냐 이 바람둥이!!!! 하고 시선으로 말하는...그런 얼굴...그리고 주인공한테 시선을 돌려서 졸라 친절하고 상냥한 친오빠처럼 아무나 함부로 방에 들이면 안 된다고 말해줌. 신드바드 아저씨 '아무나'구나...근데 쟈파르가 너무 진지해서 일단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끄덕했음.
쟈파르 평가=무섭지만 상냥한 오빠
신이랑 쟈파르랑 딱히 네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신은 아저씨고 쟈파르는 오빠인 이유는 그겁니다. 애정입니다. 정말입니다.
아무튼 쟈파르가 겁나 짜게 식은 눈으로 신 쳐다보고 마스루르도 좀 묘한 눈으로 보고 하니까 신은 허둥지둥 해명을 했음.
이 꼬마가 여섯 살일 때 봤다 진짜 천재라서 신드리아로 스카웃하려고 한 거다. 쟈파르 너도 들었지? XX가문의 천재 소녀 얘기!!!뭐 이런 식으로 해명을 했음.
참고로 말하면 주인공이 유명한 이유는 얼마 전에 책을 써냈기 때문임. 책이라고 해도 기억 속에 있는 전생 졸업논문 준비하면서 읽었던 논문 짜깁기 한 거지만 아무튼 이 동네에선 획기적이었음. 학자들 사이에서 졸라 유명해짐.열 네 살 짜리가 이런 책을 냈다고 XX(가문 이름)의 천재소녀라고 유명해졌던 거. 클리셰 오브 클리셰 설정이지만 넘어갑시다.
아무튼 그제야 쟈파르도 납득하고 그런갑다 했음. 참고로 마스루르는 그런 책이 있단 얘기도 오늘 첨 들었습니다.
이번엔 쟈파르도 합세해서 신드리아로 와라! 하고 영업 당했는데 이런 저런 얘기를 듣다가 슬슬 잘 시간이라 남은 얘기는 내일 하는 걸로 결정. 신드바드랑 무리들을 손님방으로 보내고서 자리에 누워서 계속 생각했음. 가보고는 싶은데 여행 가는 것도아니고 적어도 몇 년인데 그렇게 홀라당 결정하긴 좀 그럼. 부모님하고도 상담을 해야 할 거 같고. 아빠는 집에 붙어있질 않으니 엄마랑 내일 얘기하기로 했음. 그리고 쿨쿨 잘 잤음. 불면증 따윈 없는 여자.
학자네 대가족은 모두 모여서 식사하는 걸 좋아함. 그런 고로 어제 실험을 하다가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되는 바람에 밤을 샜다는 과학자 사촌 오빠만 빼고 다 같이 모여서 아침을 먹게 됨. 손님도 불렀음. 부르러 갔던 하녀가 손님(신드바드)이 다 벗고 자고있는 걸 보고 존나 비명을 지르는 깜찍한 이벤트가 있었던 거 말곤 매우 평화로운 아침이었음. 그럴 예정이었음.
근데 아침 먹던 중에 주인공네 엄마가 폭탄 선언을 함. 신드리아로 갈 거라고. 주인공은 눈앞의 밥을 작살내고 있다가 놀라서 접시도 박살냄. 엄마 말은 그 나라에 매그노슈타트 출신의 천재 마도사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가서 같이 연구하고 싶다. 이거였음. 그리고 엄마랑 같은 마도사인 주인공네 큰오빠(주인공이랑 열 두 살 차이남)도 엄마랑 같이 갈 거라고 함. 신드바드는 환영한다고 웃었음. 그리고 뭔가 기대하는 듯한 눈으로 주인공을 쳐다봤는데 주인공은 딴 생각을 하고 있었음.
엄마랑 큰오빠가 같이 가면 거기에서 계속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을 거고 어떤 대우를 받는지 환경이 어떤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음. 그래서 일단 남아있다가나중에 편지 같은 걸로 종합적인 상황을 판단한 후에...적어도 1,2년 후 정도에 가면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음. 히키코모리라 그런지 아무튼 정보 없는 모험은 죽어도 싫은 거임.. 그래서 엄마한테 잘 다녀오라고 하고 자긴 아직 할 일도 있고 배울 것도있으니까 가지 않겠다고 말했음. 신드바드는 그 말을 듣고 뭔가 눈치챈 것 같았지만 별말은 안 했음.
아무튼 그 날 저녁 신드바드네랑 엄마랑 큰오빠가 떠났음. 신드바드는 가기 전에 다른 가족들한테 생각 바뀌면 언제든 환영이니까 오라고 말하고 마지막으로주인공한테 내후년을 기대하겠다고 하고 갔음. 속을 읽힌 거 같아서 기분은 별로였는데 어쨌든 내후년엔 온다고 확신하는 걸 보니 엄마네한테 잘해주려고 할 거 같고 그래서 좀 안심함.
그 뒤로 엄마랑 큰오빠랑 편지를 자주 주고 받았는데 내용은 다 신드리아를칭찬하는 얘기였음. 마법 연구 환경도 좋고 날씨도 좋고 국민들도 친절하고 어쩌고 저쩌고. 이거 편지 왕이 검열한 거 아닌가 잠깐 의심했지만 그렇게까지 쪼잔할 것 같진 않음. 엄마가 개인 편지 검열까지 받을 정도로 호락호락한 인물도 아니고.
암튼 엄마네는 잘 살고 있는 거 같았음. 1년 정도 지나니까 큰오빠는 거기에서 예쁜 언니를 만나서 결혼하기로 했다는 거 같음. 조만간 집에 들러서 인사시키겠다고 했음. 어떤 사람일까 기대했음.
그리고 오빠가 언제 올까 편지를 보냈을 무렵에 국왕이 죽음.
그리고 왕자가 즉위함. 이 왕자는 전에 신드바드한테 까불다가 털릴 뻔한 그 왕자임. 신드바드랑 나이대가 비슷한데 졸라 비교당해서 신드바드 싫어함. 당연히 신드리아도 싫어함. 그래서 왕위에 오르고 좀 있다가 신드리아랑 교역을 슬슬 줄여나갔음. 신하들이 시끄럽기 때문에 단번에 끊을 수는 없었음. 신하들은 대부분 학자 출신이라 말도 졸라 잘함. 그리고 대부분 주인공네 집안 사람들 제자 출신임. 특히 바른 말 잘하기로 소문난 재상은 할아버지 제자임.
왕은 자기가 왕인데 신하들이 뭐만 하려고 하면짹짹짹하면서 자꾸 막으니까 점점 짜증이 남. 그래서 자꾸 대드는 신하들을 하나하나 처리하기 시작했음. 누명을 씌워서 귀양 보내고 꼬투리 잡아서 좌천시키고...국법으로 사형이 까다롭게 정해져있지 않았더라면 저 중 태반은 사형당했을 거임.
국내 분위기가점점 흉흉해졌음. 남아있던 바른말 잘하는 신하들은 귀양 가거나 좌천되고 왕 말 잘 듣는 사람만 남기 시작함. 그 외에 다른 사람들도 스스로 관직에서 물러나게 됨. 그리고 궁중은 이제 왕이랑 간신배들한테 장악 됐음.
그 와중에도 학자들은 꾸준히 데모하고상소 올리고 그랬지만 왕은 들은 척도 안 했음. 귀찮게만 생각함. 와중에 황 제국이랑 수교 맺고 그런 것도 넣으려고 했는데 졸라 바르바드 같다. 그리고 길다. 생략. 암튼 근데 자꾸 데모 규모가 커지니까 왕이 이제 좀 불안해짐. 그리고 그 원인을 학자에게서 찾게 됨.
이 당시 학자라고 하면 얼굴마담이 주인공네 집안이었음. 누가 뭐래도가장 유서 깊은 학자 가문이고 제자도 겁나 짱 많이 배출했고(쫓겨난 관리들도 대부분 이 집안 제자 출신임) 이 집안 서재에는 아마 왕궁서고보다 책이 많을 거라는 얘기도 있음.
그리고 이 왕이 잘 살펴보니까 주인공네 집안 사람 중에 몇 명은 신드리아로 가있고 그쪽 사람이랑 주기적으로 연락을 하는 거 같음. 신드리아에 대한 케묵은 감정도 더해져서 점점 이 집안이 거슬리게 됨. 근데 딱히 꼬투리 잡을 게 없음. 전면에 나서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임.
그래서 얘네를 어떻게 요리해야 할까 고민하던 와중에 수도에서 선동연설(왕이 이렇게 칭함)하던 사람들이 잡혀왔음. 이 사람들은 공화정파인데 선왕대부터 꾸준히 공화정 이론을 주장하면서 연구해왔던 사람들임. 선왕 시절에는 그것도 놔두고 연구하라고 했지만 왕은 이걸 용납할 생각이 없음. 맘에 안 드니까. 그래서 전부 다 투옥시키려고 했는데 조사한 결과를 보니까 이 공화정학파의 학파장이 주인공네 집안 제자인 거임. 정확히 말해서 사상가인 주인공네 아빠의 제자.그것도 수제자임.
왕은 여기에서 이거다!!! 하고 공화정 학파 사람들한테 국가체제 전복 모의 혐의를 씌웠음. 그리고 이런 무지렁이 백성들이 자기끼리 모의할 순 없다. 하고 배후로 주인공네 집안을 지목했음. 근거는 학파장이 이 집안 제자였다는 거였음.
주인공네 집안은 발칵 뒤집혔음. 군대가 쳐들어와서 사람들을 연행해갔음. 할아버지부터 시작해서 성인들은 다 데려갔음. 주인공은 열 아홉살로 아직 성인이 아니었고 마침 할아버지 심부름으로 다른 제자 만나러 나와있었기 때문에 피할 수 있었음.
암튼 주인공은 주인공보정형 무개연성 천운으로 간신히 피할 수 있었음. 그리고 함께 소식을 들은 제자사람이 혹시 모르니까 숨어있으라고 도와주겠다고 해서 일단 거기에 의탁하고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음.
연행하고 나서도 분위기가 장난 아님. 들리는 말로는 주인공네 저택이 텅 비어서 수도 경비병(건달들)에게 약탈 당하고 있다고 하고 곧 잡혀간 사람들이 사형당할 거라는 얘기가 돌았음.
주인공은 이런 상황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 있는 거라곤 천재라는 별명 뿐이고 그게 이 상황에 도움이 될 리가 없었음. 싸움은 커녕 달리기도 못하고, 금속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마도사인 엄마를 닮아서 마고이라도 많았다면 마법이라도 썼을 텐데 마고이양이 평균도 안 돼서 마법은 개뿔 이론밖에 모르는 거임.
국가 대 개인이라면 개인이 무력한 게 당연하다는 건 알고 있었음. 여기는 민주주의 국가도 아니니까 더욱. 그래도 무력감은 어쩔 수가 없음. 왕에 대한 분노와 저런 걸 왕이라고 두고 억압 받는 국민에 대한 동정과 무력한 지식인인 자기자신에 대한 혐오.
중2스럽지만 아무튼 여러가지 복합적인 감정으로 고뇌하던 중에 국왕이 발표를 했음. 국가를 전복시키려던 음모는 용서할 수 없으므로 그 배후의 인물들과 선동된 이들을 모두 사형에 처하겠다는 거였음. 가족들이 연행된 지 이틀만에 나온 발표였음. 사형예정일은바로 내일. 왕궁 앞 광장에서의 공개처형이었음.
다음날 주인공은 몰래 숨어있던 집을 빠져나와 광장에 갔음. 터번을 두르고 남장을 한 채였음.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어서 앞으로 나갔음. 가족들은 고문 같은 걸 당했는지 참혹한 모습이었음.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와중에도 간신히 버티고 서있었는데 아버지랑 눈이 마주쳤음. 아버지는 한눈에 주인공을 알아본 거 같았음. 아버지가 입모양으로 말했음. 도망가라고. 그리고 그때 주인공은 한 가지를 눈치챘음. 아버지한테 혀가 없었음. 최후에도 말을 할수 없게끔 국왕이 혀를 잘라버린 거임. 사형 전 죄인에게 최후로 말할 권리를 주는 게 관례였는데 그것도 무시됐음. 주인공은 뻣뻣하게 굳은 채로 서있다가 아버지의 목이 잘리는 걸 봤음. 그 자리에서 기절할 뻔한 것을 주인공 찾으러 왔던 제자사람이 발견함.
정신이 하나도 없는 채로 은신처에 돌아와서는 계속 토악질을 하다가 기절했음. 악몽을 꾸고 음식도 못 넘기고 뼈랑 가죽만 남은 상태로 계속 생각한 건 국왕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거였음. 독기만 남은 주인공을 보고 이제 제자사람이 다가와서 말했음.
'우리'는 스승님의 복수를 할 거다.
그리고 어디로 주인공을 데려가서 사람들을 소개해줬음. 국왕에게 발각된 공화정파의 실제 본체 조직이었음. 목적은 왕정을 타파하는 것. 수뇌부는 대부분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제자였음.
우리들은 스승님의 복수를 할 것이고당신이 거기에 협력해줬으면 좋겠다. 국왕의 폭정으로 가족을 모두 잃은 당신의 설득이라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제안했음. 주인공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눈치챘음.
이 사람들은 명분이 생기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구나.
이 사람들이 자기를 이용하려고 한다는 건 눈치챘음. 하지만 왕을 끌어내리고자 하는 목표는 일치함. 그래서 잠자코 이 사람들한테 이용당해주기로 했음. 혼자는 무력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자기도 이 사람들을 이용하기로 한 거임.
겉으로는 아무것도 모르고 왕에 대한 분노와 지식인으로서의 책임감으로 이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열아홉살 여자아이로 있기로 했음. 그리고 자기를 포섭한 의도에 맞게 지방의 세력가 자산가들을 설득하러 수도를 떠났음.
주인공은 자기가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 어떤 부분을 어떻게 강조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꽤 잘 알고 있었음. 덕분에 순회는 꽤 성공적이었음. 애초에 새어나가면 안 되니까 상대를 잘 선정한 것도 있겠지만.. 어쨌든 결과는 좋았음.
그리고 주인공이 지방에서 성공적인 순회를 하고 있을 때 신드리아에서 신도 이 나라에 대한 소식을 들었음. 주인공네 일가가 몰살 당했고 살아남은 건 여자아이 한 명이라는 소식. 국왕이 정보를 통재했기 때문에 늦게 알게 된 거임. 그것도 조사하게 된 건 주인공네 엄마랑 큰 오빠가 답장이 오지 않은 지 너무 오래 됐다고 걱정하는 걸 듣고서였음. 어쨌든 나라도 선 지 얼마 안 됐고 일도 많고 바빴으니까.
그 소식을 들은 주인공네 엄마가 쓰러지고 큰오빠는 막내동생을 찾으러 가야겠다고 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사람들 다 뿌리치고 나섰음. 신도 같이 가야겠다고 나섰음. 마스루르랑 쟈파르도 같이 데려갔음. 왜 저 둘이냐면 그냥 제가 팔인장 잘 몰라서...ㅎ 샤를르칸 할까? 음 뭐 암튼 중요한 건 아니니까. 그리고 주인공 엄마도 깨어나서 따라가기로 함.
같이 배에 올라서 엄마랑 오빠는 안절부절 배가 왜 이렇게 느린가 전전긍긍하고 신은 그때까지 조사한 자세한 사정을 보고 받았음. 이때까지 신네한테 주인공 소재가 파악이 안 됐음. 안타깝지만 죽은 게 아닐까 쟈파르가 조심스럽게 추측할 정도였음.
물론 주인공 죽은 거 아님. 거의 죽을 정도로 피곤하긴 했지만. 잠이 들면 악몽을 꾸니까 잠을 잘 못 자고 식사도 안 넘어가서 몸 상태는 최악이었음. 그런데도 계속 움직이고 활동하는 건 독기에 의한 거였음. 물론 거기에도 한계가 있어서 어느 날은 이동 중에 쓰러지기도 하고 IYAGI 중에 현기증을 느끼고 휘청거리기도 했음. 일행 중에 의사가 이대로라면 과로로 죽을 거라고 했음. 무리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더 자라고. 더 쉬라고. 물론 주인공은 그렇게 못했음. 눈앞에서 가족이 그렇게 죽었는데 쉽게 잊혀질 리가 없음. 괜찮은 척 하면서 계속 활동하다가 결국 심하게 앓았음. 그래서 결국 한 도시에 거점을 두고 몸이 괜찮아질 때까지 거기에 머무르기로 했음. 그리고 시름시름 앓고 있을 때 쯤 신이랑 가족들이 탄 배가 도착했음.
주인공은 계속 아팠음. 상태가 도무지 좋아지질 않음. 그도 그럴 것이 회복을 하려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영양 섭취를 해야 하는데 그 두 가지가 전부 다 제대로 이루어지질 않는 거임. 상태가 좋아질 리가 없음. 그런데 그런 상태가 일행들에게는 꽤 깊은인상을 준 것 같았음. 주인공에 대한 동정과 사회에 대한 반발심이 한데 뒤섞여서 다들 주인공한테 뭐 하나라도 해주질 못해 안달이 난 거 같음.
주인공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면서 일행들의 호의를 받아들여 이용했음. 정보를 모으거나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거나 하면서. 거기에 양심의 가책을 조금이라도 느끼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음. 중요한 건 목표를 이루는 거임. 공화정파 사람들한테 느긋하게 맡겨두는 것도 성미에 맞지 않았음. 필요한 정보를 차곡차곡 모으고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함.
그리고 몸이 조금 괜찮아졌다 싶을 때(그래도 이동을 조금 할 수 있을 것 같을 때) 조금씩 다시 공화정파의 아지트가 있는 고향으로 이동했음. 물론 이동속도는 매우 느림. 일행들은 이동 중에도 주인공을 꽤 배려했음.그리고 주인공네 일행이 고향에 도착했을 무렵에 항구도시에서 출발한 신드바드 일행도 같은 도시에 도착했음. 주인공을 찾기 위해서 정보를 모으러 온 거였음. 항구도시가 훨씬 멀었는데도 같은 날에 도착한 건 주인공네 이동속도가 워낙 느려서...
주인공은 아지트에 돌아와선 거의 할 일이 없었음. 왕은 아직 제대로 왕위에 앉아있었고 아직 여기저기에 감시의 눈길을 번뜩이고 있음. 잘못 나섰다간 주인공도 죽을 판이었으니까 눈에 띄는 일은 다른 사람들도 거의 시키지 못했음. 물론 몸상태가 눈에 띄게 나빴던 것도 한몫했고. 보통 방 안에 누워서 읽었던 책을 또 읽거나 생각나는 것을 끄적이거나 하면서 보냈음.
이렇게 한가했던 건 주인공 뿐이고 다른 사람들은 꽤 바빴음. 이제 활동 준비도 거의 끝나가는 때였고 다들 물밑에서 이것저것 마무리를 하고 있었으니까. 그 와중에도 주인공이랑 같이 지방을 돌아다녔던 일행들은 찾아와서 안부를 묻고 몸에 좋다는 걸 사다주고 그랬음. 그게 입으로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그리고 슬슬 거사일이 다가왔음. 그때까지 주인공은 두어 번 작전 회의에 얼굴을 내밀었던 것 말곤 크게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지냈음. 군사 관련에는 거의 지식이 없기도 하고. 남은 역할은 이제 여러 지방에서 산발적으로 봉기를 할 때 고향 사람들 앞에서짧은 연설을 하는 정도. 할 말은 이미 다 정해놨음. 남은 건 정말 운명에 달려있는 거였음. 주인공은 다른 건 뭐가 어찌됐든 왕만은 꼭 끌어내려서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음. 그 목표만 보고 지금까지 어찌어찌 독기로 살아온 거니까.
그리고 주인공이 빈둥거리고 지낼 때 신이랑 다른 사람들은 꽤 열심히 여기저기 탐문을 하고 있었음. 따라온 주인공네 엄마랑 오빠는 혹시 모르니까 안전한 장소에서 대기하는 걸로 하고 신이랑 쟈파르랑 마스루르가 주로 밖에 돌아다니면서 찾았음. 물론 소득은 그다지 없었음. 이 동네 사람들은 주인공네 집안 사람들을 존경하고 잘 따르는 사람들이었고 얼마 전에는 집안 사람들이 전부 끌려가는 걸 본 사람들이라 경계심이 상당함. 마지막 생존자에 대한 정보를 모르는 사람한테 넘겨줄 사람은 거의 없었음. 물론 대부분 진짜로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가끔 어쩌다 주인공의 행방을 알고 있는 공화정파 사람을 잡아서 행방을 묻는 경우도 있긴 했는데 이 경우는 경계가 더 심하니까 아는 척도 안 했음.
이래저래 여러번 허탕을 치고 고생을 하던 와중에 신이 한 가지 소득을 올렸음. 처음에 주인공을 돌봐주기로 했던 제자네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가게의 여주인(미혼)이 한 가지 알려준 거임. 다른 가족들이 전부 잡혀간 날에 주인공을 이쪽 거리에서 본 적이 있다고. 아마 할아버지네 제자인 OO씨네 집에 갔을 거라고. 그래서 신은 그 제자네 집으로 가보기로 했음. 당연히 물어봤지만 문전박대ㅋ 그러나 신은 포기를 모르는 남자이므로 계속 물어봤음. ZZ씨(할아버지) 제자라면 모를 리가 없다고. 그렇게 한참 소란하니까 사람들도 한 번 보고 가고 그랬음. 마침 주인공을 찾아가던 예전 여행 동료도 그걸 보고서 웬 취객이 왔나 하고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음. 그리고 그날따라 더 몸상태가 별로였던 주인공한테 가서 일부러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다 하면서 분위기 띄워주려고 하다가 결국 현관에서 입씨름 중인 불청객 얘기까지 했음. 취객 아닐까? 그리고 그 불청객을 본 얘기를 했는데 어쩐지 묘하게 신경이 쓰이는 거임. 어떤 여자의 직감 같은 거.
그래서 주인공은 슬쩍 나가서 불청객을 구경하기로 했음.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궁금해서. 담요로 몸을 똘똘 말고 방을 나와서 현관을 슬쩍 봤더니 신드바드가 있었음. 주인공은 진짜 겁나 소스라치게 놀랐음. 저 아저씨가 왜 여기에 있지? 그리고 얘기하는 걸 잘 들어보니 자기를 찾는 거 같음. 혹시 엄마가 부탁해서 자길 찾으러 온 건가 싶었음.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신드바드를 부르려고 했는데 근처에 있던 공화정파 사람한테 제지당했음. 뭐하는 거냐고. 아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는데 저 사람을 처음 보니까 믿을 수 없다고 지금 네 정체를 드러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서 다시 방으로 쫓겨들어갔음. 마지막으로 한 번 돌아봤는데 신드바드도 다른 쪽으로 접근하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절대 포기한 것 같지는 않지만 아무튼 마음을 돌려먹은 얼굴로 돌아서고 있었음. 이대로 보내기는 좀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옆에 있던 전 일행이 사정을 물었음. 도와줄 수도 있다고.
주인공은 이 사람이 자기를 도와줬던 걸 생각하면서 적당히 설명할 것과 빼야 할 것을 나눠서 얘기했음. 이 얘기에서 신은 옛날에 어머니에게 신세를 진 적이 있는 모험가로 언젠가 신세를 갚겠다고 말하곤 하는 사람이었는데 아마 먼 곳을 모험하다가 집안에 있었던 일에 대한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선 자기를 찾으러 온 거였음. 따져보면 사실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님. 신이 왕이라는 얘기를 더하면 대충 맞음. 그래서인지 일행은 의심도 안 하고 신한테 말을 전해주겠다고 했음.
주인공은 일단 엄마가 무사한지 알고 싶었기 때문에 대충 그런 내용을 적은 쪽지를 보냈음. 일행은 밖으로 나가서 신을 금방 찾아냈음. 저택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던 걸 본 거니까 사실 찾았다고 하기도 좀 그럼. 아무튼 신한테 쪽지를 전해주니까 신이 그걸 보고 뒷면에 답장을 써보냈음. 내용은 엄마는 무사하고 이걸로 얘기하긴 좀 그러니까 밤에 전에 가족끼리 살던 저택이 있는 데로 나오라는 거였음. 주인공은 그 쪽지를 받고 나갈 준비를 했음. 누가 막아도 어쨌든 갈 생각이었음. 엄마랑 오빠 얘기를 듣고 싶었으니까.
주인공은 신이 쪽지에다 써서 보낸 대로 그 날 밤 터번에다 망토까지 칭칭 두르고 슬쩍 저택을 빠져나왔음. 마침 또 이 날 현관에서 감시를 하고 있었던 게 주인공한테 호의적인 다른 일행이라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음. 망토를 코끝꺼지 끌어올리고서 나름대로 빠르게 옛날 집터로 향했음.
아 설명하는 걸 까먹었는데 주인공네 집은 사람들 처형되고 나서 얼마 후에 불태워져서 터만 남아있음. 원한에 찬 일족이 귀신이 되어서 나타난다는 소문이 있음. 암튼 거기로 갔더니 신이랑 쟈파르랑 마스루르가 기다리고 있었음. 진짜인지 확인을 해야 되니까 아직 주인공네 엄마랑 오빠한테는 안 알렸음. 곧바로 알리기엔 좀 먼 항구도시에다 남겨놓고 왔기 때문인 것도 있고. 암튼 셋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주인공을 제일 먼저 발견한 건 마스루르였음. 파나리스니까 밤눈도 졸라 쩔게 좋을 듯.
암튼 주인공은 신네 일행한테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서 오랜만이라고 인사했음. 뫄뫄가 맞냐고 물어봐서 대답하는 대신 망토랑 터번을 벗었음. 신은 주인공이 기억 속에 있는 것보다 몇 배로 야윈 걸 보고 좀 충격을 받았음. 그리고 그럴만도 하다고 곧 이해했음.
단 이해는 했지만 걱정되는 건 별개였던 고로 주인공한테 같이 신드리아로 가자고 했음. 이 나라에 더 있어봐야 득 될 것도 없고 신드리아로 가서 몸회복에 주력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거임. 주인공은 그 말엔 대답하지 않고 엄마랑 오빠는 어떻게 지내냐고 물었음. 가족들은 지금 널 걱정하고 있고 혹시 모를 위험이 있으니까 안전한 곳에서 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음. 주인공은 그 말에 안심하고 다시 망토를 둘러썼음. 그리고 두 사람을 데리고 신드리아로 돌아가라고. 나는 아직 여기에서 할 일이 있다고 했음. 재작년에 신드리아로 오라고 했을 때도 똑같은 말을 했었는데 상황이 그때와 너무 달라서 외려 우스웠음.
신드바드가 할 일이 뭐냐고 굳은 얼굴로 물었음. 대답이 어느 정도 짐작이 갔기 때문에. 물론 주인공은 예상했던 그대로 왕을 쓰러트릴 거라고 대답했음. 그러니까 엄마를 데리고 신드리아로 가달라고.
쟈파르가 너무 위험하다고 말하던 중에 신드바드가 불쑥 끼어들어서 말했음. 그러면 내가 도와줄 테니까 나도 같이 가자. 주인공이 뭘 잘못 들었나 하고 귀를 후볐는데 쟈파르가 경악하는 걸 봐선 잘못 들은 건 아닌 거 같음. 그리고 신이 다시 한 번 선언했음. 네 복수를 도와줄 테니까 같이 가자. 그리고 복수가 끝난 후에는 네 가족들도 같이 신드리아로 가자. 이 남자가 뭔소리를 하나 싶음. 아저씨 왕이잖아? 미쳤어요? 하고 됐다고 말했지만 신이 그걸 들을 리가ㅋ 막무가내임.
나는 너를 찾아서 무사히 데려가겠다고 네 어머니와 약속했다. 나는 약속을 지킬 의무가 있다. 네가 같이 가지 않겠다니 적어도 안전하게 지키는 거라도 해야겠다. 그런 말을 하면서 절대 물러서지 않았음. 쟈파르한테 이 아저씨 어떻게 해보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쟈파르도 속수무책..설득하려고 했지만 말빨도 말을 듣는 사람한테나 소용이 있는 거니까. 결국 결론은 신이 따라오는 걸로 됐음. 쟈파르랑 마스루르도 세트로. 한숨을 푹푹 쉬는데 신이 걱정하지 말라고 호탕하게 웃었음. 누구 때문에 이러는 건데 싶음.
세 사람을 데리고 아지트로 돌아가니까 다른 사람들이 놀랐는데 일단 주인공이 내가 알아서 책임지겠다고 하는 걸로 마무리하고 세 사람을 데리고 방에 들어갔음. 일단 급한 대로 긴 의자랑 이불을 가져오고 좀 쉬기로 했음. 주인공은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옛날 일을 생각하다가 잠들었음.
어렸을 때 신드바드를 만났던 꿈을 꿨는데 결국 마무리는 또 처형장 풍경인 악몽으로. 소스라치게 놀라서 벌떡 일어났음.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악몽을 머리에서 털어내려고 했음. 물론 잘 안 됨. 그리고 마침 신드바드는 남주답게 적절한 타이밍에 깼음. 그리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주인공을 발견했음. 그래서 뭐...당연히 옆에 가서 달래줬지...옆에 앉아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괜찮다 괜찮다고 몇 번이나 얘기해줬음.
주인공은 신드바드가 토닥토닥해주는 와중에 스르륵 잠들었고 신드바드도 옆에서 깜빡 잠들었음.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제일 일찍 일어난 쟈파르가 주인공이랑 신드바드랑 나란히 쿨쿨 잠들어 있는 걸 보고 경악해서 신드바드를 끌어내고 그 바람에 깬 주인공이랑 신드바드를 나란히 앉혀놓고 혼냈음. 신은 나름대로 달래주다 그런 거라고 항변을 했는데 씨알도 안 먹혔음...
어쨌든 신이 도움이 되긴 됐음. 다시 잠들고 나서는 악몽을 안 꿨으니까. 그리고 이 소동으로 지나가던 사람들이 신이 혼나는 사정을 듣고 나서 아 진짜 주인공이랑 친한갑다 하고 납득하는 효과도 있었음. 덕분에 신네 일행은 어렵지 않게 사이에 스며들었음.
신이 그렇게 이 공화정파 사람들 사이에 왕이라는 것도 깜빡한 것처럼 훌륭하게 적응을 하고 쟈파르와 함께 발빠르게 움직여서 작전이나 병력 같은 걸 탈탈 털어냈음. 과연 이 반란(공화정파 사람들은 혁명이라고 불렀지만)이 성공할 수 있을지 알기 위해서였음. 실패할 것 같으면 주인공을 기절시켜서 들고 내빼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음.
그리고 얻은 결론은 여기에 불확정 요소가 너무 많다는 거였음. 사실 국가 상대로 화력이나 병력은 부족한 게 당연함. 그 부분을 적절한 전술이나 용병술로 메꿔야 하는 건데 그 부분은 전직 장군이 포함되어 있어서인지 크게 흠잡을 부분은 없었음. 문제가 되는 건 다른 부분임. 즉 보급을 받는 것도 그렇고 생각한 전술대로 가려면 다른 시민들의 협조가 필수불가결함. 특히 이 도시랑 수도에서. 어떤 혁명이라도 그렇겠지만 정말 중요한 거임. 신이 보아온 바로는 이 부분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변화의 코앞에서 멈춰버린 나라가 많았음.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음. 일이 잘 풀린다면 혁명이 성공해서 홀가분하게 돌아갈 수 있겠지만 다른 수많은 나라의 전례를 보면 장담할 수가 없음.
게다가 이 혁명의 골자가 되는 작전이 양동작전인디 이렇게 되면 처음 지방에서 봉기하는작전조는 거의 100% 죽을 게 확실함. 그런데 그 1차 작전조에 주인공과 꽤 친한 전 여행의 일행들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었음. 이 얘기는 신이랑도 친해진 그 일행 중 한 명에게 들었는데 주인공에게는 비밀로 해달라는 말도 같이 들었음. 그러니까 주인공은 작전이 시작되기 직전이 되어야 그 사실을 알게 될 거란 얘기임. 신은 주인공이 안 그런 척 츤츤해도 일행들에게 나름 정을 많이 주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것도 영 걱정이 됐음. 그 사람들이 전부 죽어버리면 더욱 쇼크를 받는 게 아닐까 하고.
그래서 주인공한테 복수 같은 건 그만 두자고 말하려고 했지만 아침 먹고 먼저 방에 올라갔던 애 뒤를 따라갔다가 먹은 걸 고스란히 토하고도 헛구역질을 계속하는 걸 보고 설득을 그만 뒀음. 복수를 그만 두는 것도 이 애한테는 또다른 아픔이 되겠구나 해서.
그 뒤에 뭐 이것저것 있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으므로 과감하게 생략해버리고. 이제 작전 시작이 슬슬 다가왔음. 1차 작전조가 떠날 때가 된 거임. 그리고 주인공의 일행들은 그때가 되어서야 주인공한테 우리 간다. 살아 남길 기도해줘. 살아서 돌아올게. 이런 얘기를 했음. 주인공은 당연히 충격을 받음. 신은 혹시라도 주인공이 기절하거나 울음을 터트릴까봐 긴장했는데 주인공은 조금 창백해진 정도로 생각보다 훨씬 침착하게 몸 조심하라고 일행들한테 인사했음.
신은 조금 놀랐음. 그때는 지금 사지로 떠나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티를 내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음. 아마 일행들이 떠나고 나면 울거나 하지 않을까 예상함. 그 예상도 빗나갔음. 주인공은 일행이 떠나고 나서도 생각보다 훨씬 침착한 태도로 최종 작전회의에 참석했음.
일이 끝나고서 신이 주인공한테 말을 걸었음. 참고 있는 거라면 울어도 된다고. 주인공은 차분하게 고개를 저었음.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음. 아직은 울 때가 아니라고. 그 말에 신은 왠지 좀 충격을 받았음. 일순간 뭔가 굉장한 쇼크였는데 정확히 왜 그런 건지는 스스로도 잘 알 수가 없음. 뻣뻣하게 굳어있었던 신을 뒤로 하고 주인공이 방으로 돌아갔음. 쟈파르가 굳어있는 신을 보고 이 사람이 미쳤나 하고 쿡쿡 찔러서 방으로 밀고 들어갈 때까지도 계속 쇼크상태였음.
여기서 잠깐 전지적 더쿠 시점으로 신드바드를 들여다보겠슴다. 왜 쇼크를 받았는지 설명을 해야게씀. 하도 오래 돼서 저도 까먹을 뻔했습니다만 주인공이랑 신은 어렸을 적에 만났음. 신이 열넷이고 주인공이 여섯살일 때. 신은 자기가 세계의 이변이나 그 배후에 대해 몰랐던 열네살 시절(※날조)에 만났던 주인공에 대한 기억을 제법 특별하게 가지고 있었음. 그리고 두번째로 주인공을 만났을 때에도 주인공은 여섯살 때랑 별로 변한 게 없었던 거 같음(어디까지나 신의 이미지).
그러니까 신한테 있어서 주인공은 여섯살짜리 꼬마에서 별로 변하지 않았던 거고 아무것도 모르고 공부만 하다가 처음으로 누군가랑 밖에 놀러 나와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데에 정신이 팔렸던 그 꼬마였던 거임. 즉 한없이 약한 상대고 쭉 보호만 해야 하는 대상이었음. 깨질 것 같이 약한 애였고.이번 혁명군 사이에 끼어들어서 주인공을 도와주겠다고 한 거에도 그 영향이 완전히 없다고는 할 수 없음. 상대는 어린애다(->도와야 한다)+엄마와 약속. 이런 이유였던 거. 주인공을 완전히 어린애로 생각하고 있었으니 애가 울까 깨질까 전전긍긍했던 거고. 그 외에 다른 어떤 감정이 있다고 하면 동정심 정도? 완전히 불쌍한 옆집 꼬마 정도였던 거임.
그런데 이번에 주인공이 생각보다 너무 의연한 태도로 신의 예상을 완전히 빗겨갔음. 울지도 않았고 패닉에 빠지지도 않았음. 거기에서 확 깨달은 거임. 이 애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지도 않고 오히려 생각보다 내면의 심지라고 해야 하나 암튼 그런 건 더 강할지도 모른다는 걸.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신드바드가 이때 처음 주인공을 꼬마가 아니라 한 사람의 여자로 보게 되는 것이었음.
그리고 또 과감하게 삼 주 정도 떼먹읍시다. 이제 진짜 거사일이 됨. 지방에서 폭동(왕 왈)이 일어났음. 전에 있었던 주인공네 집안 사람들 처형 사건을 저격하면서 왕은 미쳤다! 이건 공화정파 사람들의 정당한 분노다! 하고 들고 일어났음. 왕은 격노해서 토벌군을 보냈음. 정규 군대는 물론이고 수도 방위군에다 근처 도시의 방위군까지 쓸어다 보냈음. 확실하게 반란군을 처리해버리려고 했기 때문임. 공화정파 사람들은 이걸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양동작전을 편 거였음.
토벌군이 그쪽에 도착하고 반란군과 싸우다가 지친 틈을 타서(이쪽 반란군들은 게릴라 전술을 썼으므로 토벌이 오래 걸림) 고향 도시에서 사람들이 일어났음. 공화정파 사람들이 사람들을 불러모았음. 광장에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였음. 그리고 이제 주인공이 나설 타이밍이 됨.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할 타이밍임.
주인공은 이 도시에서 있었던 비극을 상징하는 존재니까 더 적절한 사람도 없을 정도였음. 일단 주인공이 등장해서 이름을 밝힌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웅성거림. 그리고 주인공이 그동안 숨겨왔던 웅변가의 쩌는 기질을 선보였음. 어린애 같은 모습으로 동정심을 자극하는가 하면 지식인의 탈을 쓰고 사람들의 정의감을 자극하고 어른으로서 후대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음. 옆에서 듣고 있던 쟈파르가 신들렸다고 표현할 정도로 개쩌는 연설이었음. 이 여자가 정치를 할마음을 먹었다면 유세도 졸라 쩔게 해서 표를 쓸어 모았을 거임.
암튼 그래서 시민들은 끓어오르는 사명감과 정의감과 불행한 소녀에 대한 동정 기타등등으로 확 타올랐음. 주인공한테 연설을 시킨 공화정파 사람들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의 열기였음. 어쨌든 혁명의 첫 단추는 잘 끼워졌음. 이건 좋은 징조라고 생각하면서 사람들이 수도로 향했음.
주인공네 고향하고 수도는 정말 가까움. 하루도 채 안 걸림. 근데 왜 두 개로 갈라졌냐 하면 중간에 강이 있기 때문임. 꽤 큰 강임. 수도는 그 강에 인접해 있는데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하나밖에 없음. 수도로 가려면 거기를 꼭 지나쳐야 하는 거임. 수도는 기본적으로 큰 도시고 상업도 활발하기 때문에 다리는 감시인원이 몇 명 있을 뿐이고 다른 군대나 그런 건 없음. 보통 그럼. 근데 다리에 다가가보니까 다리 저쪽에 일부 남아있던 수도방위군이 진을 치고 있었음. 여기서 좀 계획이 어긋난 거임.
왜 어긋났냐면 알 사멘 때문임. 정확히 말하자면 고향에서 주인공이 대중들을 상대로 연설을 존나 신들린 듯이 하고 있을 때 그걸 알 사멘의 첩자도 들었음. 첩자는 이제 혁명이 실패할 줄 알고 이 나라에 타전을 진행할 때가 됐다!! 고 생각하고 보고를 올리려고 했는데 그 타이밍에 뙇 존잘 연설문이 나와서 사람들이 우와아아 하고 일어난 거임. 이게 굉장한 변수로 느껴졌음. 그리고 주인공의 연설 재능에 감탄함. 감탄만 한 게 아니고 이 재능을 알 사멘을 위해 쓰도록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음. 무지몽매한 대중들을 상대로 운명을 원망하도록 연설을 시키고 이케이케 잘 하면 무한한 검은루프가 생성될 거 같은 거임. 아 이거 잘 됐다 하고 주인공을 먼저 타전시키기로 했음.
근데 사실 주인공은 가족들이 처형당했을 때 타전을 했었어야 될 거 아님? 근데 안 된 거야. 이 여자가 보통이 아니구나 싶긴 했음. 그래서 고민한 결과 일단 한 번 시련을 겪었으니 이 여자가 하고자 하는 혁명을 실패로 돌려버리면 타전이 될 거 같음. 그래서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수도에도 있는 다른 알 사멘의 첩자에게 연락을 취해서 시민들이 봉기한 사실을 알렸음. 그 첩자는 또 왕궁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라 정보가 왕한테 빠르게 들어갔음. 왕은 졸라 당황했는데 일단 다리를 막으면 수도로는 못 오겠지!! 하고 그나마 남아있던 방위군을 탈탈 털어서 다리를 지키는 데 보낸 거임. 물론 지방으로 가버린 군대에도 연락을 하긴 했는데 연락이 닿고 여기로 올 때까진 아마 일주일은 걸릴 거였음. 일단 그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서 다리에 꼼짝마라! 하고 서서 이케이케 지켜보고 있었던 거.
첩자는 생각대로 일이 잘 진행되는구나 싶어서 매우 만족했음. 이대로 군대가 돌아오고 혁명이 실패하면 여자는 물론이고 혁명군 대부분이 타전을 할 거 같음. 기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면서 수뇌부가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을 천막을 슬쩍 들여다봤는데 주인공이 없었음. 오잉? 하고 찾아봤는데 아무리 봐도 없음. 이게 뭐지 이게 뭐야 하고 주위를 막 둘러보는데 진짜 없음. 아무데도 없음. 여기서 첩자는 예상이 빗나간 걸 깨달았음.
주인공은 그때 어디에 있었냐면 먼저 수도로 진입함ㅋ 혁명군 사람들보다 빨리 출발해서 방위군이 다리를 봉쇄하기 직전에 들어갔음. 아무리 천재설정이 붙어있어도 예언자는 아니니까 알 사멘의 계략을 미리 알았던 건 아니고 우연이 겹친 결과였음.
원래는 주인공도 혁명군하고 같이 수도로 들어갈 계획이었는데 연설을 끝낸 직후에 효과가 졸라 좋으니까 갑자기 깨달은 거임. 이 정도로 효과가 좋으면 수도로 먼저 들어가서 사람들을 미리 모아놓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그래서 혁명군 수뇌부 사람들한테만 말하고 먼저 수도로 떠난 거였음. 신드바드네 일행도 같이 왔음. 이 사람들은 혁명군이 아니라 주인공한테 붙은 거니까.
암튼 네 사람이 수도로 들어오고 나서야 방위군이 다리를 봉쇄하러 떠나게 됐다는 걸 알게 됐음. 이걸 어쩔까 하다가 차라리 이게 기회다 싶었음. 방위군도 다 떠났겠다 왕궁에 경비병도 거의 없고 차라리 지금 궁으로 돌입해서 왕을 붙잡은 다음에 방위군 뒤통수를 치는 게 나을 거 같았음. 물론 이 계획을 적극 추천한 건 신드바드였음. 주인공이야 신이 쎈지 마스루르가 쎈지 그런 거 모르니까 어쩔까 했는데 신이 겁나 당당하게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다 뭐 이러니까 좀 마음이 흔들렸음. 진짜 괜찮을까 했는데 신이 자기자랑을 존나 하면서(던전 일곱 개 공략 했다 금속기 일곱 개 있다 나 신드바드야! 이런 느낌) 가능하다고 하니까 일단 믿어보기로 했음.
그리고 네 사람은 왕궁으로 잠입했음. 정문으로 쳐들어갈까 했지만 국왕이 눈치 채면 도망갈 것 같아서 일단 담을 넘어서 들어갔음. 주인공은 신드바드한테 업혀서 들어갔음. 신은 사실 놓고 가려고 했는데 수도 분위기가 흉흉하다 보니 여자애 하나만 놓고 가기엔 좀 맘에 걸리고 차라리 옆에 있는 게 안전할 거 같았음. 마스루르도 있고 쟈파르도 있으니까. 그래서 이런저런 고민 끝에 주인공을 업고 담을 넘은 거임. 왜 업었냐면 주인공은 전형적인 책상머리 엘리트...책보다 무거운 건 들어본 적이 없는 여자니까.
주인공보정의 법칙..이 아니라 그동안의 옳지 않은 수면 및 식사 장애 때문에 주인공은 졸라 가벼웠음. 뼈무게 밖에 안 나가는 거 같음. 애초에 뼈대 자체도 작은 편이니까 진짜 가벼움. 신이 딱 주인공을 업었는데 너무 가벼우니까 안쓰럽고 그랬음. 그래서 농담 삼아 주인공한테 일이 다 끝나고 신드리아로 가면 맛있는 걸 잔뜩 먹여서 살을 찌워주겠다고 말했음. 신드리아는 날씨도 좋고 음식도 맛있고 어쩌고 저쩌고. 옛날에 신드리아로 오라고 말했을 때랑 똑같은 패턴이라 여전히 일은 안 하는구나 싶고 그랬음.
그런 훈훈함이 암튼 있든 없든 하고 이제 경비병을 소리도 내기 전에 슉슉 쓰러트리면서 진격함. 애초에 경비병도 몇 명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꽤 빠르게 진행이 됐음. 이케이케 경비병을 슝슝 쓰러트리고 하나를 붙잡아서 길안내를 받았음. 그리고 드디어 왕이 있는 방에 도착을 했음. 마스루르는 길안내를 해줬던 사람을 훅 기절시켰고 주인공은 문앞에 서서 심호흡을 했음. 여길 열면 이제 왕이 있는 거임. 아직 왕을 본 것도 아닌데 아버지랑 가족들의 마지막 모습이 막 떠오르고 그래서 손이 벌벌벌 떨렸음. 문고리에 손을 얹고서 벌벌 떨고 있으니까 신이 주인공 손 위에 자기 손을 얹었음. 차가운 손에 좀 온기가 돌아왔음. 주인공은 신한테 눈인사로 고맙다고 하고서 천천히 문을 밀어 열었음.
안쪽에서는 왕이 최측근인 장군을 붙들고 술을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었음. 다리를 막아놓긴 했지만 반란군이 뚫고 들어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다 장군의 꼬임에 넘어가서 술파티를 벌인 거임(이 장군은 말술이라서 장군으로 임명된 사람임). 거나하게 취한 왕이 반쯤 풀린 눈으로 쳐다보면서 여자는 안 불렀다고 하니까 왠지 맥이 탁 풀렸음. 이런 인간 때문에 내 가족이 몰살당했다는 사실이 코미디 같음. 가만히 서서 왕을 노려보고 있었더니 왕이 한 술 더 떠서 그래도 이왕 왔으니까 와서 술 한 잔 따라보라고 했음. 정말 갈 수록 상황이 너무 화났음. 겨우 이런 놈 때문에. 이런 놈 때문에 내 가족들이 죽고 세상이 이따위가 되었나 하는 생각으로.
주인공은 계속 왕을 보면서 생각을 곱씹고 있고 신네는 그 뒤에 버티고 있던 중에 먼저 정신을 차린 게 주거니 받거니 하고 마시고 있던 장군이었음. 이 사람은 술이 쎔. 쎄긴 한데 바보임. 뇌가 없는 거 같은 수준임. 그래서 지금까지 진짜 주인공이 술 따르러 온 여자인 줄 알았음. 근데 다시 보니까 얘는 옷도 남자 옷 같은 거 입고 있고 뒤에 남자들은 무장을 하고 있는 거임. 그래서 전하, 이 녀석들 수상합니다. 하고 말하면서 칼을 뽑았음.
그리고 쟈파르한테 졸라 신속하게 제압당함ㅋ 칼도 떨구고 몸이 칭칭 감겨서 어버버 하게 됐음. 그쯤 되니까 왕도 이제 이상한 걸 깨달음. 그래서 소리를 높여서 거기 누구 없느냐!! 하고 외쳤음. 근데 누가 있겠어. 다 쓰러트리고 왔는데. 물론 하인이나 그런 사람들은 아직 있긴 있는데 왕의 부름을 듣고 달려오려다가 경비병이 쓰러져있는 걸 보고 쫄아서 숨었음. 경비병보다 쎈 침입자가 있는 게 분명한 상황에서 왕의 안위를 걱정해서 거기까지 달려갈 정도로 충심 깊은 사람이 없었음. 딱 한 사람 오긴 왔는데 얘는 왕을 구하러 온 게 아니고 상황을 염탐하러 온 알 사멘의 첩자였음. 얘는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에 숨어서 대화를 듣는 걸로 상황을 파악하기로 함. 신도 주변에서 걔가 알짱거리는 건 알았는데 무서워서 못오는 신하1인 줄 알고 그냥 놔뒀음. 아무튼 아무도 안 온 거나 마찬가지임.
그리고 왕도 깔끔하게 제압당했음. 근처에 있던 장식끈을 뜯어다가 둘둘 묶어버리고 바닥에 던져놨음. 왕은 꽥꽥 악을 쓰고 주인공은 왕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하는 묘한 대치상태(?)가 됨. 신은 이 때 차라리 주인공이 여기서 왕을 끝내는 게 복수로서 더 후련하지 않을까 잠깐 생각했음. 그렇게 되면 혁명이 혁명군의 깃발 아래에서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목표는 달성하는 거 아닐까 하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알 사멘의 첩자도 그걸 기대했음. 복수를 끝낸 사람이 허무함에 타전하는 경우도 왕왕 있기 때문임(※날조).
주인공은 눈이 빨갛게 될 때까지 눈도 한 번 안 깜빡이고 왕을 노려보고 있었음. 신이 주인공한테 칼을 빌려줄까 하고 물었음. 주인공은 한참 동안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고개를 저었음. 그리고 한 마디 했음. 자결하지 못하도록 해두고 선전의 의미로 성벽에 걸어야겠다. 그리고 혁명군이 수도로 왔을 때 폭정의 책임을 물어 공개처형해야 한다. 신은 빌려주려고 내밀었던 검을 거두면서 조금 안도했음.
그리고 이 때 주인공한테 반했슴다. 거 참 반하는 포인트 한 번 요상허다. 암튼 반했음.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으나 아무튼 이렇게 자신의 복수심을 밀어두고 혁명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 왕으로서의 신드바드에게 스트라이크였던 듯. 내가 쓰는데 왜 였던 듯이지..암튼 그렇게 되어씀.
그리고 이제 마스루르가 왕을 번쩍 들어서 성벽에다 걸고 주인공은 쿨하게 왕궁 꼭대기탑에 걸려있던 국기를 태워버림. 다리를 막고 있던 방위군도 그걸 발견했음. 왕국의 상징인 왕이 붙잡히고 국기가 불태워졌다. 방위군의 사기가 완전히 꺾이는 건 당연함. 그리고 성벽 위에서 신의 호위를 받으면서 또 다시 개쩌는 신들린 연설을 선보인 주인공 덕분에 수도 사람들이 방위군의 뒤통수를 빡 쳤음. 결론 : 방위군 다 제압당함. 그리고 혁명군이 수도에 입성했음.
수도에 진입한 혁명군이 이것저것 정리하고 무장해제 당하긴 했지만 아무튼 방위군이었던 사람까지 모아놓고선 공화정 체제를 선언했음. 우리는 왕의 폭정에서 벗어났으며 모두가 자유롭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작을 알리는 것으로 성벽에 매달려있던 왕을 끌어내려 공개처형하기로 했음. 물론 탐관오리들이랑 뭐 그런 사람들도 잡아들여서 재산을 몰수하고 금고형에 처하거나 귀양보내거나 그러기로 함(사형이 쉽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전 왕국 체제랑 비슷한 점임).
공화정파 사람들이 새 국가 건설을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닐 때 물론 지방으로 떠났던 군대도 돌아왔지만 왕 잡힘/공개처형 일자도 나옴/관리들도 다 잡힘/싸워봤자 월급 못 받음..같은 이유로 대부분이 투항. 몇몇 고위 군인은 굴복하지 않고 도망쳤지만 거의 다 붙잡혔음. 붙잡히지 않았더라도 힘을 못 쓸 상태임.
그리고 주인공은 신한테 이제 신드리아로 가자고 했음. 신은 주인공이 당연히 왕 공개처형을 보고 떠날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좀 놀랐음. 그래도 주인공은 진심인 것 같았기 때문에 토달지 않고 바로 떠나기로 함. 공화정파 사람들한테 다른 인사는 하지 않고 바로 엄마와 오빠가 기다린다는 항구 도시로 향했음.
빠르게 떠난 이유는 공개처형이 마무리 되고 좀 정리가 되면 공화정파 사람들이 자기한테 굉장한 걸 맡기려고 하거나 도리어 권력 때문에 자기를 제거하려고 들 것 같아서. 귀찮은 일에 휘말라고 싶지 않았던 것도 있고 또 공개처형이라는 제도 자체에도 회의를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고 공개처형이 좀 트라우마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자기 손으로 왕을 끝내지 못했다는 생각도...아무튼 이런저런 복합적인 이유가 있음. 중요하지 않음.
쉬엄쉬엄 걸어서 항구도시에 도착한 날에 왕이 공개처형 당했다는 소식이 들렸음. 신은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주인공의 얼굴을 살폈는데 왜 그랬는지는 자기도 잘 몰랐음. 왜냐면 무자각이거든. 암튼 주인공은 겉으로는 별로 동요가 없는 거 같았음. 근데 신은 왠지 불안해져서 좀 더 서둘러서 주인공을 엄마랑 큰오빠가 있는 배로 데려갔음. 좀 큰 배라서 보트를 타고 배로 접근->줄사다리를 오른다 순으로 승선했는데 이때도 신이 주인공을 업어줬음. 올라갈 수 있다고 말은 했지만 영 불안해서.
그리고 배에 올라서 곧바로 주인공을 엄마랑 오빠가 있는 선실로 데려갔음. 노크를 하고 문이 열리고 밖에 나왔던 큰오빠가 주인공을 보고 놀라고 뒤이어 나온 엄마가 또 놀라고. 엄마가 뫄뫄..?하고 불렀음. 주인공은 억지로 웃는 것 같은 얼굴로 엄마한테 폭 안겼음. 엄마가 엉엉 울었음. 큰오빠도 눈물을 주륵주륵 흘림. 감격적인 가☆족☆상☆봉!!!의 자리에서 가족들만의 시간을 주려고 자리를 비켜주려던 신은 엄마한테 폭 안겨있는 주인공이 혼자 안 울고 있다는 걸 눈치챘음. 그리고 자기가 그걸 되게 신경 쓰고 있다는 것도. 신은 눈치가 빠른 남자이므로 자기 상태를 금방 자각했음. 그러니까 자기가 주인공한테 반했다는 걸 깨달은 거임. 반하는 것도 그렇고 자각도 그렇고 묘한 타이밍임.
암튼 신이 선실 문앞에 서서 이것참 하고 고개를 설레설레 젓다가 쟈파르한테 가족상봉 도청하는 취미 있냐고 한 소리 듣고 끌려감. 그리고 가족들이 감격의 가족상봉을 하고 있는 동안 배가 출항할 준비를 마쳤음. 그리고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출발함. 신드리아를 너무 오래 비워놨으니 빨리 돌아가야지.
암튼 배가 출항하고 이제 선상 로맨스...는 개뿔 주인공이 배멀미를 겁나 쩔게 하는 것이었다....맨날 누워있다가 웩웩거리다가 누워있다가...신이 자각을 하든 말든 작업 걸 껀덕지도 음슴ㅋ
그리고 이제 배에 좀 익숙해져서 상태가 나름 괜찮아졌을 때 더이상 퀭해질 데도 없는 얼굴로 멍하니 갑판에 앉아있으니 신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음. 그냥 안부 인사같은 거. 몸은 좀 괜찮냐 이런 거. 그리고 적당히 쓸모없는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주인공이 문득 자기가 감사인사도 제대로 안 했다는 걸 깨닫고 신한테 도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했음. 나름대로 최대한 미소 같은 걸 지으려고 했는데 영 기운이 없어서 제대로 안 된 거 같음. 얼굴 근육이 맘대로 안 움직인다고 투덜거렸더니 신이 갑자기 뜬금없이 그래서 안 우는 거냐고 물어봤음. 신은 적어도 엄마를 만나면 울 줄 알았는데 안 울어서 그게 계속 신경이 쓰였던 거임.
사실 주인공도 자기가 안 운 게 좀 신기하긴 했음. 이유를 잘 생각해보니 어린애도 아닌데(자기생각엔) 걱정했던 엄마 앞에서 힘들었던 걸 티내기가 좀 그랬던 거 같음. 엄마도 없겠다 잘 됐다 하고 털어놨더니 신이 심각한 얼굴로 그럼 안 된다고 적어도 한 번은 제대로 울라고 했음. 힘들었던 걸 티내기가 어려운 게 엄마가 아무것도 모른 채로 걱정했기 때문이라면, 계속 옆에서 지켜봐와서 네가 힘들어했던 걸 알고 있는 내 앞에서 울라고. 그리고 주인공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음. 그때 먼저 눈물이 핑 돌았음. 신이 그걸 눈치채고 주인공을 끌어안았음. 주인공은 안긴 채로 눈물을 뚝뚝 떨구면서 서럽게 울었음. 그동안 힘들었던 게 계속 생각나고 아빠 생각나고 일행들 생각도 나고.
엉엉 울고서 주인공이 고맙다고 인사하고 창피해서 선실로 도망가고..남겨진 신은 쟈파르한테 어린애 꼬신다고 혼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케 도입부.............라고 해야 되나 암튼 1부는 끝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해피엔딩~ 는 2부가 있단 얘기..^^...쥬거라 나냔
~꼐쏚~